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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20.05.29) '딸 생리대 '비싸 망설인 엄마... 마음이 무너졌다(머니투데이, 20.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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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희망씨 조회 635회 작성일 2020-05-29 10:3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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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생리대' 비싸 망설인 엄마..마음이 무너졌다

남형도 기자 입력 2020.05.29. 06:10 수정 2020.05.29. 09:18 댓글 2586
월경은 월경이다-②]정부의 저소득층 청소년 생리대 지원..가난 입증, 지원금액 부족에 '사각지대' 여전

[편집자주] 밥을 먹으면 똥을 눕니다. 그게 '섭리'입니다. 그걸 에둘러서 '항문으로부터 기어이 빠져나오는 배설물'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월경도 마찬가지입니다. 여성은 누구나 그렇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무척 자연스러운 겁니다. 그런데 대관절 왜, 월경은 '그날', '마법'이란 말에 숨어야할까요. 
똥을 누려면 휴지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화장실엔 늘 휴지가 있습니다. 월경을 하려면 생리대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왜 생리대는 어디에나 있지 않을까요.
이 기획은 그런 고민에서 시작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월경은 월경입니다.

/삽화=김현정 디자인기자

김지영씨(가명·45)가 동네 마트에 갔다. 딸 지은이(가명) 생리대가 필요했다. 정부가 지원해준 바우처는 한 달에 1만1000원, 그러니 아껴써야 했다. 딸 생리대지만, 김씨도 같이 쓰고 있다. 빠듯한 살림이라 어쩔 수 없다. "생리대 값이 제일 아까워", 그는 입버릇처럼 그리 말했다.

생리대를 보며 눈이 바쁘게 돌아갔다. 가격이 동공에서 휘청거렸다. '1+1(하나 더)' 같은 행사제품이 눈에 먼저 띄었다. 대형 생리대 32개에 1만2900원(1개에 404원꼴)이다. 가격이 비쌌다. 딸 혼자 쓰기도 버거웠다.

'더 싼 게 없나',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100% 유기농 순면커버'란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가격을 봤다. 1개에 800원꼴이었다. 엄두가 안 나 눈을 찔끔 감았다. 발걸음을 옮겼다. 1만900원짜리 생리대 앞으로 왔다. 총 60개, 중형 46개에 대형이 14개 들었다.

망설이다 가까스로 집었다. '잘 쓰면 한 달은 버티겠지' 하면서. 김씨도 안다. 유기농이 좋단 걸, 화학물질이 불안하단 걸. 요즘 예민한 딸의 얼굴이 상념에 스친다. 대체 그깟게 뭐라고, 김씨의 마음이 이번달에도 무너졌다.

정부 지원비용 월 1만1000원, '마트' 가보니


생리대 살 돈이 없어, '운동화 깔창'으로 대신한다고 했다. 그게 2016년이었다. 안타깝고 충격적인 얘기였다. 정부는 그 후 저소득층 청소년(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한부모가정)에 한해, 생리대 지원을 시작했다. 생리대를 직접 지원하다, 월 1만1000원씩 국민행복카드에 충전해주는 바우처로 바뀌었다. 선택 폭을 늘리겠단 취지였다.

그럼 한 달에 1만1000원이란 금액은 충분한 걸까. 서울시 청소년 월경용품 보편지급 운동본부가 청소년 914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했다. 응답자의 20.9%가 '사용량에 비해 지원내용이 적다'고 답했다. 불만족스럽단 얘기였다.

생리대 사용량은 각기 달라, 청소년 김은지양(가명·16세)을 기준으로 잡아봤다. 김양은 한 달에 평균 7일 정도 월경을 한다. 하루에 쓰는 건 6개 정도, 한 달에 42개쯤 쓰는 꼴이다. 정부 지원비용이 월 1만1000원이니, 1개에 261원이 넘는 걸 쓰면 안 된다.

26일 오후, 서울역에 있는 대형마트에 가서 직접 가격을 확인해봤다. 생리대 가격은 보통 1개에 300~400원대, '유기농'이라 붙어 있는 비싼 건 600~700원대에 달했다. 200원대 미만은 특가 및 기획상품 정도였다. 1개에 182원, 188원, 233원 등 3개 상품 정도만 선택할 수 있었다.

안현진 여성환경연대 활동가는 "생리대를 구입하는데 통상 1년에 17만원 정도 비용이 든다.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에게도 작은 돈이 아니다"라며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지원되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고 했다.

'가난 입증'해야, 생리대 살 수 있어
/사진=서울시 청소년 월경용품 보편지급 운동본부

감수성이 예민한 나이, 청소년 시기가 그렇다. 하지만 정책의 배려는 섬세하지 못했다. 저소득층에만 대상을 한정해서 생기는 문제다. 생리대 지원 받는구나, 너 가난하구나, 그게 '낙인' 효과다.

차라리 안 받는 게 나을 수 있다. 그래서 실제 신청율이 저조하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지난해 생리대 지원 대상자 13만여명 중 10만여명이 신청했다"고 했다. 전체 76% 수준이다.

무상으로 준다는데, 왜 안 했을까. 강남구청 관계자는 "우리 구는 60% 좀 넘게 생리대를 지원하고 있는데, 알고도 안 하고 모르고도 안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생리대 바우처를 받는 순간, 저소득층이 되기 때문이란 얘기다. 그래서 신청하는 것부터 예민해진다. 온라인서 할 수 있지만, 공인인증서가 필요해 주민센터로 오는 이들도 많다. 서울 양천구 신정4동 주민센터 관계자는 "학생이 와서 말하기엔 예민하다보니, 주로 보호자가 온다"고 했다.

쓸 때도 마찬가지다. 가난을 드러내는 걸 피할 수 없다. 가령 대형마트서 사려면 국민행복카드를 내야 한다. 그걸로는 생리대만 사야 결제할 수 있다. 다른 걸 섞어서 사면, 본인 돈으로 나간다. 국민행복카드를 내미는 순간, '생리대 지원 대상'임을 드러내게 된다. 그래서 대부분 생리대도 보호자가 사러 온단다.

청소년 입장에서 그 기분은 어떨까. 이를 직접 들어봤다.

양지원 청소년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활동가는 "이런 지원이, 내 상황이 얼마나 가난하고 힘든지에 집중되는 게 마음이 불편하다"며 "그런 시선으로 주어지는 걸 받는 게 아니라, 당연한 권리로 모두에게 지급되는 걸 받는 게 좋은 것"이라고 했다.

기초생활수급자도, 차상위계층도 아닌 '사각지대'

정부 지원 밖 '사각지대'도 여전히 많다.

우선 생리대 지원 대상이 안 되지만, 어려운 이들이다.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 한부모가정이 아닌, 저소득층 얘기다.

최정원 중랑구 유림원강복지관 과장은 "3인 가족이 100만원 좀 넘는 비용을 지원 받아, 월세 20~30만원을 낸다. 그럼 나머지 생활 비용이 많지 않다"며 "1만원 가지고도 아껴쓰는 분들이라 생리대 비용이 많이 아깝다고 한다"고 했다.

이어 "엄마에 딸 둘, 이런 가정이면 한 명에 생리대 비용이 1만5000원씩, 모두 4만5000원씩 든다. 생활비에서 써야하고, 매달 고정적으로 나가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중위소득 100% 이하라 해도 수입이 많지 않다. 저소득으로 본다"고 했다.

생리대 지원 대상인 만 11세에서 18세까진 아니지만, 살짝 비껴간 청소년들도 사각지대다. 서울 양천구 목3동 주민센터 관계자는 "만 18세를 넘었지만, 생리대를 지원 받을 수 없느냐고 묻는 이가 있었다"고 했다. 최 과장은 "만 18세를 넘어간 대학생들도 수입이 없다. 가정에 부담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안소영 여성환경연대 사무처장은 "아무리 잘 설계된 선택복지 제도라 해도 필요한 사람 모두(실질수요)를 포괄하지 못한다"며 "기초수급권자나 차상위 기준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월경용품을 지원받지 못하는 등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장애 청소년 "초경 때, 저도 장미꽃 받고 싶었어요"

또 다른 사각지대는 장애를 가진 청소년들이다.

지역아동센터 등에 전해진 생리대 등 후원물품은 이들의 신체구조에 적합치 않은 경우가 많단다. 시중에 나와 있는 월경용품도 마찬가지다. 장시간 누워 있거나, 휠체어에 앉아 생활하는 경우엔 더 그렇다.

그러니 생리대 착용이 불편해, 장애를 가진 청소년 상당수가 아직도 영유아용 기저귀를 쓰고 있단다. 장애 청소년에게 1년 동안 사용할 생리대·물티슈 등을 지원하는 김은선 사단법인 희망씨 상임이사는 "입는 생리대는 가격이 비싸 엄두가 안 나고, 일반 생리대는 착용이 불편해서 그런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발달장애를 가진 청소년은, 생리대에 생리혈이 조금만 묻어도 빼버린다고 한다. 생리대 사용이 비장애인보다 2배 이상 더 많다. 그래서 저소득층에선 가격 부담이 만만찮다.

이 같은 이유로 일부 부모들은 장애 청소년이 초경을 시작했을 때, 귀찮아하거나 당혹해하는 기색을 보인단다. 그때 상처를 받는 건 아이들 몫이다. 김 상임이사는 한 장애 청소년이 직접 했던 이야기를 들려줬다.


"TV 보면 초경 시작했을 때, 축하를 받잖아요. 저도 부모님에게 장미꽃도 받고, 축하도 받고 싶었어요."

김 상임이사는 그런 이들을 위해 국가가 나섰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일반 기업은 비용이 안 맞으면 생리대 제작을 안 하지 않나, 이걸 정부가 해주면 좋겠다는 요구가 있었다"고 했다.

※기사 수정 이력
안녕하세요, 남형도 기자입니다.
편집자주에 '똥을 싼다'는 표현은, 일부 불쾌하단 독자님들 의견에 따라 29일 오전 9시14분에 '똥을 눈다'로 수정했습니다. 이걸 굳이 비유로 든 이유는, 여성에게 월경도 선택할 수 없고 불가피한 것이란 걸 와닿게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댓글은 꼼꼼히 읽어보고 있으니, 의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기사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월경은 월경이다' 기획은 매일 기사 한 개씩, 31일까지 연재됩니다. ③편은, 생리대 안전에 대한 내용입니다. 기사 댓글이나 human@mt.co.kr로 제보 주시면, 필요한 내용을 반영하겠습니다.
남형도 기자 hum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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