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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연속기고 7] '관계맺기'가 시작되자 일상이 돌아왔다(2021.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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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희망씨 조회 247회 작성일 2021-11-17 13:5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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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맺기'가 시작되자 일상이 돌아왔다

한겨레 입력 2021. 11. 16. 12:06 수정 2021. 11. 16. 19:2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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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와 마주한 가족의 삶 연쇄기고 _7

[왜냐면] 서진솔ㅣ사단법인희망씨 활동가

정선영씨는 3년 넘는 기간 동안 단 하루도 간병인을 고용하지 않고 홀로 남편을 간호했다. 중학생이었던 딸도 신경써야 했다. 그러나 정작 그를 힘들게 했던 상황은 병원과 가정 바깥에 있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사고 상황을 다시 꺼내서 생각해야 하는” 법적 다툼이 바로 그것이다.

사쪽과의 갈등은 산업재해 심사청구 시 제출하는 ‘산재 승인 신청서’에서 시작됐다. 선영씨의 남편은 2014년 9월2일 동물약품 생산 기계를 청소하다가 기계 오작동으로 두 다리가 끼이는 사고를 당했다. 수술을 받았지만 경과가 악화돼 절단할 수밖에 없었다. 사쪽은 이러한 상황을 신청서에 작성하는 과정에서 ‘기계 오작동’이 아닌 ‘조작 미숙’으로 적시했다. 선영씨가 해당 부분을 지적해 수정했다.

공방은 선영씨가 제기한 2년 넘게 진행된 손해배상 청구 소송으로 이어졌다. 회사는 선영씨 남편의 건의로 기계를 설치했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선영씨는 남편과 사쪽 담당자가 기계 설치 관련 공문을 주고받은 이메일 내역을 제출했다. 증인 채택이 문제였다. 전 직장 동료가 재판 하루 전날 출석을 못하겠다고 통보한 경우도 있었다. 결국 퇴사 직원에게 안전 교육을 하지 않았다는 증언을 받아 녹취하는 것으로 정리했다. 모든 과정은 오롯이 선영씨의 몫이었다. 환자는 사고 당시를 떠올리면 정신적인 스트레스에 시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선영씨는 소송 과정이 힘들어 중간에 포기하는 가족이 대다수라고 했다. 그러면서 “(산재)병원에서 사회복지사가 산재 신청이나 소송을 도와줬으면 좋겠다. 끝까지 이어갈 수 있도록 독려해주고, 정보를 조금 제공해주는 것만으로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현재 선영씨는 남편과 함께 입원·통원 치료 모두 견뎌내고 일상으로 돌아왔다. 남편은 입원했던 근로복지공단 인천병원에서 특수재활 수업으로 처음 접한 ‘목공예’에 여전히 열중한다. 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지역 장애인 기능대회에서 입상하기도 했다. 선영씨는 남편 스스로 작품을 만들면서 느낀 ‘성취감’이 일상을 회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고 했다. 또, 선영씨 부부는 2015년 병원에서 제공한 산재 환자 가족 모임 프로그램을 통해 위안도 얻었다. 7주 동안 남편과 같은 절단 환자, 그리고 그 가족들이 함께 모여 속마음을 터놓는 시간을 가졌다. 마지막 날엔 결혼 15년 만에 웨딩드레스와 턱시도를 입고 경기도 안산 소재 한 스튜디오에서 서로에게 새로운 시작을 다짐하는 ‘리마인드 웨딩 촬영’을 진행했다. 선영씨는 ‘만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인사말 하면서 벌써 (같이) 울어요. 과자, 음료수 놓고 그냥 이야기 들어주는 거예요. 그러면서 몇 주 지나면 많이 밝아지는 모습이 (서로에게) 보이죠. 보호자도 치유가 돼서 밝아져야 환자를 잘 돌볼 수 있잖아요.”

근로복지공단 병원에선 산재 환자가 80~90%에 달해 가족의 돌봄이 길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에 병원이 복지 차원으로 정신적,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와 가족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다. 현재 병원은 업무 효율성을 증진한다는 명목으로 민간 업체에 위탁하는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한다. 업체는 병원 내부 공간을 활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주로 외부에서 진행하는 1박2일 캠프 같은 방식을 채택한다. 실질적으로 프로그램이 필요한 중증 환자들은 참여가 불가능해진 셈이다. 선영씨는 이에 대해 아쉬워했다. “환자들을 이끄는 역할을 하는 게 그런 프로그램이에요. 근로복지공단이 많이 도와줘야 해요. 환자와 보호자의 마음이 치유되면, 재활은 스스로 해요. 그 시작이 같은 사람들끼리 모여 서로를 인정해주는 거예요.”

부부는 장애인, 비장애인 구분없이 여러 모임을 이어가고 있다. 산재병원에서 가족 모임 프로그램을 통해 밝은 에너지를 얻었고, 다른 환자들과도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퇴원 후엔 주말농장에서 비장애인들과 함께하는 모임도 구성했다. 선영씨는 산재 피해자, 그리고 그 가족들과 위로를 나눴던 공간부터 이어진 지금의 다양한 ‘만남’으로 하루하루를 채워간다. “아무렇지 않게 (비장애인들을) 만나고 있고, 그러다보니 남편을 장애인으로 보지 않아요. 장애를 그대로 인정해주면서 일상생활을 함께하고 있는 인연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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