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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연속기고6_그가 여전히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하는 이유는(2021.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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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희망씨 조회 287회 작성일 2021-11-11 23: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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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여전히 '재발방지 대책' 요구하는 이유는

한겨레 입력 2021. 11. 11. 16:06 수정 2021. 11. 11. 19:4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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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와 마주한 가족의 삶 연쇄기고 _6

[왜냐면] 변정윤|한국비정규직노동단체네트워크 활동가

2020년 10월12일 새벽 6시, 퇴근한 아들이 욕실에서 샤워를 하다가 쓰러진 뒤 영영 일어나지 못했다. 박미숙씨는 119에 신고하고 쓰러진 아들을 살리기 위해 응급조치를 했다. 심폐소생 과정에서 갈비뼈가 장기를 눌러 잘못될 것이라고 생각한 가족은 아무도 없었다. “(가족들이) 눈앞에서 사고를 봤으니까. 구급차 따라가느라 동생 둘이 남아있었고, 바로 밑에 남동생은 형이 간 자리 치우고. 그러니까 동생들이 그걸 다 본 상황이었어요.”

미숙씨는 아들이 마지막으로 일하던 날, 머리 통증을 호소했고 속이 메스껍고 체한 것 같다며 가슴을 움켜쥐고 주저앉았다고 했다. 그런 증상이 자주 있었는데 그날은 더 심했다고 아들의 동료가 말해줬다. 미숙씨의 아들은 ㄱ사 물류센터에서 오후 7시부터 새벽 4시까지 일했다. 아들은 일한 지 2개월쯤 됐을 무렵 “왜 사람들이 그만두는지 알 것 같다. 처음에는 이해가 안돼서 뭐라고 했는데 일이 너무 힘들다”고 미숙 씨에게 말했다. 17개월 일하는 동안 아들의 몸무게는 15㎏이나 빠졌다. 택배과로사대책위원회는 “과로사의 전형적인 증상”이라고 했다.

산업재해를 신청하는 과정에서 회사의 협조를 기대하긴 어려웠다. 결국 자료수집 및 관련 절차는 모두 미숙씨 부부의 몫이었다. 그는 “사쪽에서 합의하자고 제안했지만, 피해보상에 합의해버리면 재발방지 대책은 물 건너갈 것이 뻔했다. 아들의 죽음을 피해보상금으로 덮을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4개월여 만에 아들의 사고는 산재로 인정됐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시작에 불과했다. 장례를 치르고 부검을 하고 산재절차를 밟느라 미숙씨는 정신이 없었다. 그 과정에서 언론매체와 인터뷰를 했고, 기사화 됐다. 기사에 달린 댓글은 중학생인 막내는 물론 남은 가족에게 또 다른 상처가 되었다. 형과 웃고 떠들고 싸우고 장난치며 다져온 우애가 하루아침에 연기처럼 흩어져버린 동생은 말문을 닫았다. 형의 죽음이 자기 때문이라는 죄책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제일 안타까운 게 우리가 다 깨어 있었단 말이에요. 조금만 더 빨리, 30분만, 10분만, 5분만 일찍 봤으면 (달라졌을까하는) 그런 마음 있잖아요. 가족들 전부다 그게 힘들고 괴로운 상황인 거죠. 저는 우리 애한테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해서 그 말 때문에 아직까지도 (마음이 아파요).”

대중교통으로 왕복 4시간이 걸리는 출퇴근시간. 자가용으로는 30분이면 충분한 거리였다. 아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직장을 다녔다. 중고차라도 사서 출퇴근 시간을 줄여주지 못한 것이, 일한다고 할 때 말리지 못한 것이, 더 세심하게 살피지 못한 것이, 그날 아침 욕실 문을 빨리 열지 못한 것이, 또 살아오면서 못해준 것들이 미숙씨 부부는 주마등처럼 떠올랐다고 했다. 아들이 떠난 그날 아침부터 줄곧 죄인이 되었다. 아들을 지켜주지 못한 죄책감과, 남은 아이들을 지켜주고 싶은 마음으로 부부는 오늘 하루를 버틸 뿐이다. “(남은 가족들은) 다 헤어질 것 같아요. 제 소원은 둘째 웃는 모습 보는 거예요. 이제는 부부끼리도 (예민해져서) 계속 싸워요.”

받아들일 수 없고 믿을 수 없는 아들의 죽음이지만, 미숙씨는 아들을 잘 보내주는 것이 남은 가족들의 몫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미흡한 제도 아래서 정부가 법적 책임을 회피하고, 기업은 윤리적 기대를 저버렸다. 아들의 죽음을 증명하기 위해 가족은 슬픔과 애도의 시간을 미뤄야 했다. 산재 입증을 위해 아들의 흔적을 쫓아갈수록 미숙씨는 죄책감과 함께 기업과 정부에 대한 불신만 더해갔다. 그가 아들이 일했던 회사와 산재를 처리하는 당국에 노동 환경 개선, 가족 심리상담 지원 등 대책을 요구하는 이유다.

“청년들한테 미안함이 있어요. 우리(세대)도 불합리한 대우를 받고 일했는데 자식에게 똑같이 물려준 거죠. 둘째가 취업했을 때 똑같은 환경에서 우리 큰 애처럼 될 수 있다는 거잖아요. (재발방지 대책 요구는) 자식들을 지키기 위한 행동이에요. 회사나 정부가 법을 바꾸거나 해결책을 내놓아야 하는데, 아무 말 하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문제인)거죠. 조금이라도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 계속 목소리를 내는 거예요. 우리 애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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