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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연속기고 5_또 다른 재난을 멈추기 위해서는(2021.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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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희망씨 조회 241회 작성일 2021-11-09 11:3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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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재난을 멈추기 위해서는

한겨레 입력 2021. 11. 08. 19:36 수정 2021. 11. 08. 20:0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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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와 마주한 가족의 삶 연쇄기고 _5
지난 6월 1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중대재해 노동자 합동추모제가 열려 무대 앞에 올해 산재로 숨진 노동자들의 영정이 놓여져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왜냐면] 고태은ㅣ가톨릭대 사회복지학 석사

나와 내 가족이 일하다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 있는가. 2020년 고용노동부 산업재해 현황에 따르면, 하루 평균 약 6명이 산재로 사망한다. 중증의 장해를 경험하는 당사자와 그들 가족까지 셈한다면, 이보다 더 많은 이들이 산재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산재 사망 유가족이 직접 사고 당사자의 죽음을 증언하며 산업안전의 필요성을 외치는 모습은 우리에게 익숙하다.

산재 가족에게는 노동자나 산업안전에 관한 질문이 던져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노동자가 사망하거나 중증의 장해를 입는 것은, 가족의 삶에도 큰 변화를 가져온다. 지금껏 우리 사회는 산재 피해자 가족들에게 어떻게 그 시간을 살아왔는지 묻지 않았다. 희망씨에서 주관한 ‘산재(사망) 가족 지원체계 구축 캠페인’ 연구팀은 산재 가족들을 만나 ‘산재 이후 가족의 삶’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이를 토대로 그들의 생활에 필요한 부분을 분석한 연구결과를 발표한다.

한국 사회에서 산재 가족으로 살다 보면, 사회에 대한 신뢰와 기대가 무너지는 것을 경험한다. 유가족들은 사고 직후 노동자가 사망했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렵고, 죄책감과 미안함에 사무친다. 장해 가족은 응급수술과 치료를 받으며 생사를 오가는 노동자가 회복하기만을 간절히 바란다. 이후의 지난한 간병 생활은 노동자 가족의 일상을 완전히 변화시킨다. 가족들은 사고나 죽음에 대한 정보를 접하면서 이러한 상황이 노동자의 부주의나 미련함 때문에 발생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산재라는 단어조차 모르던 가족들이 단순 사고뿐 아니라 과로로 인한 질병,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극단적 선택 등도 포함한 개념이라는 것을 알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재 승인을 받는 과정도 지난하다. 가족은 회사의 협조를 받기 어렵다. 특히 유가족들은 일터에 한번도 가본 적 없지만, 직접 어떠한 일이 벌어졌고, 회사의 책임은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 또 고인의 동료들이 ‘미안하지만 먹고살아야 한다’며 돌아서는 모습을 보면서, 가족들은 무력감에 빠진다. 증거 제출 요구를 가볍게 무시하는 회사에 대한 분노도, 이를 강제할 수 없다면서 가족들이 수집한 증거 심의만 하는 근로복지공단의 소극적인 태도에 대한 답답함도 크다. 도움받을 마땅한 기관이나 사람을 찾지 못한 가족들은 서서히 마음의 빗장을 닫는다.

이러한 현실에서 가족들이 경험하는 심리적 어려움은 산재 트라우마 그 이상이다. 산재 승인절차, 간병, 생계, 다른 가족 구성원에 대한 돌봄 등으로 짊어지는 부담은 가족들이 자신을 돌보기 어렵게 하며 이러한 심리적, 정신적 어려움은 만성화되어 신체적 질병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산재는 노동자 가족들에게도 예상하고 대비할 수 없는 ‘재난’이다. 여기에 더해 사회적으로 소외된 가족들은 그러한 재난 상황에 갇힌다. 기존의 복지제도는 자산이나 수입이 기준을 넘는다는 이유로 가족들을 외면한다. 그나마 어렵게 연결된 지원은 단기적으로 이뤄진다. 이후 가족의 삶은 방치된다. 이미 지쳐버린 가족들은 적용되는 지원책을 알아보려 동분서주하는 것도 버겁다. 한편으론, 어느 포털사이트 기사 아래 달리는 산재 노동자들에 대한 악의 어린 비난에 위축되고, 주변의 동정 어린 시선에 지친다. 다른 산재 가족들만이 그들을 이해한다고 느낄 정도로 사회의 시선은 차갑다.

산재 가족의 재난 상황을 멈추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궁극적으로 산재가 발생하지 않는 안전한 일터가 있어야겠지만, 산재의 짐을 모두 짊어져야 하는 가족의 상황을 변화시키는 방안도 함께 필요하다. 재난 상태에 놓인 가족들에 대한 포괄적 지원 체계는 가족들이 충분히 슬퍼하고 애도할 시간을 준다. 또, 가족에게 몰린 산재 책임 증명의 압박과 과정상의 어려움을 해소해줄 권익 옹호 형태의 지원도 필요하다. 결국 현재 가족들에게 몰린 짐을 함께 나누어 지는 연대가 필요하다. 가족들의 아픔에 낙인과 비난, 그리고 배제라는 사회적 고통을 얹지 않는 사회가 그들을 재난 상태에서 벗어나게 할 것이다. 이들이 다시 우리와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모두의 변화가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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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ews.v.daum.net/v/20211108193607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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