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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연속기고_4 남겨진 이들 괴롭히는 어떤 시선들(2021.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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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희망씨 조회 265회 작성일 2021-11-01 22: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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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진 이들 괴롭히는 어떤 시선들

한겨레입력 2021. 11. 01. 18:16수정 2021. 11. 01.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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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와 마주한 가족의 삶 연쇄기고 _4

[왜냐면] 김다연ㅣ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

우리는 주변 사람들이 내 입장과 처지를 온전하게 이해한다고 느낄 때 비로소 안심하고 그들에게 스스로를 내보이며 의지할 수 있다. 반대로 지인들의 무심한 눈빛과 말에 마음을 날카롭게 베여 상처를 받기도 한다. 산업재해 유가족들은 함부로 자신들을 ‘불쌍한 사람’으로 규정하는 시선이 그런 ‘상처’라고 말한다. 일터에서 발생한 가족의 죽음. 남은 이들은 ‘앞으로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를 고민하며, 각자의 방식으로 극복해내며 살아간다.

ㄱ씨의 남편은 근무하던 회사의 강압적인 업무 환경에서 비롯된 장시간 노동과 상사의 욕설, 동료들의 뒷담화 등에 시달렸다. 2019년 4월, ㄱ씨에게 ‘힘들다, 죽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할 정도로 괴로워하다 결국 남편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그렇게 남편을 보내고, 아이들과 울고 웃으며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ㄱ씨. 하지만 그가 타인의 눈에서 마주한 자신의 모습은 다채로운 삶의 면면을 지니고 있는 보통의 한 사람이 아니었다. 단지 고통받고 있는 불행한 사람의 모습이었다. “사적인 모임에서 남편과 사별했다고 (말)하면 그때부터 시선이 달라져요. 그런 눈(빛)과 말 한마디로 또 저는 안타까운 사람, 불쌍한 사람이 되는 거죠. 열심히 씩씩하게 살다가도 (그런 일을 겪으면) ‘내가 정말 그런 사람인가?’ 싶어요.”

ㄴ씨는 형부가 과로와 업무 스트레스, 희망퇴직 압박 등에 시달리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4년이 지났지만, 많은 이들이 자신의 단면만을 보고 ‘(가족이 자살했으니) 우울증 고위험군 아니겠어?’라고 한다고 전했다. 이에 ㄴ씨는 “그런 시선이 싫어서 남들에게 ‘일하다 돌아가셨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또, 연령대가 높은 유가족들은 주변에 알려질 것을 우려해 산재 신청도, 심리치료도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고 ㄴ씨는 말했다. “아무래도 나이가 많은 분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아들, 딸이 ‘일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말하는 게 쉽지 않죠. 그래서 산재 신청을 못 하시는 경우도 많아요. 저희 부모님도 심리치료를 받아 보라고 했는데, ‘상담사가 내 상황을 소문내면 어떡해’라고 하더라고요.”

산재 피해자 가족들에 따르면 장시간 노동, 과도한 노동강도, 직장 내 괴롭힘, 구조조정과 같은 문제들은 노동자들을 극단적이고 위험한 선택으로 내몬다. 하지만 그들이 느끼는 ‘사회적 시선’은 왜 피해자가 심적으로 강인하게 이겨내지 못했는지, 가족들이 당사자를 제대로 돌보지 않은 것은 아닌지 의심하는 경향이 짙다. 산재의 원인을 사적인 영역에서 찾는 것이다. 가족을 떠나보낸 유가족은 이렇게 무거운 죄책감까지 떠안는다.

2018년 12월, 보호 장치도 도와줄 동료도 없이 작업을 하다가 빠른 속도로 돌아가는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사망한 고 김용균씨. 그의 어머니 김미숙씨는 아들의 사고 소식을 듣고 방문한 현장에서 사쪽 관계자에게 “용균이가 (필요 이상으로) 너무 용감했습니다.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했습니다”라는 말을 들었다. 김미숙씨는 “실제로 회사를 포함한 사회로부터 유족이 듣는 말은 ‘네 자식이 잘못한 거야’다”라며, “그 누구보다 유족은 아픔과 억울함을 가장 크게 느낀다. 유족이 겪는 고통의 치유는 (남겨진 이들에 대한 책임 추궁이 아니라) 죄지은 사람들이 제대로 처벌받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강조했다.

산재 유가족들은 산재를 개인의 불운이나 부주의로 보는 경우가 많아 남겨진 가족들에 대한 시선도 짧은 동정에 그친다고 입을 모았다. 그런 시선 앞에서, 고통을 벗어나는 책임은 남은 가족들이 지게 된다. 유가족들은 상실감과 억울함에 괴로워하고, 고인과 가족의 명예회복과 무너진 가정경제를 조금이나마 복구하려 산재 신청에 고군분투하면서도 (산재) 문제 해결을 위해 사회적으로 목소리를 낸다. 그럼에도 ㄱ씨는 “다른 이들로부터 ‘너 말고 다른 사람들도 힘들다. 이제 그만 벗어나서 살아라’라는 식의 말을 듣는다. 그러면 너무 힘들고 화가 난다”고 전했다. 그런 말 속에서 사고의 구체적인 원인과 고인과 유가족의 고통은 해소되지 못하고 고스란히 남겨진다. 산재로 가족을 상실하고 남겨진 이들이 기꺼이 오롯한 그들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우리 사회 전체가 수용과 연대의 장소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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